
🍱 추억의 도시락과, 그 시절의 귀신들
중고등학교 시절, 우리 아이들 굶지 않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어려운 살림 형편에도 어머니께서 정성껏 챙겨 주시던 도시락이 떠오른다.
당시 연세 지긋하신 어른들은 그것을 일명 ‘변또(벤또)’라고도 불렀다.
학교 갈 때면 책가방 속 도시락은 늘 큰 골칫거리였다.
어려운 시절, 주된 반찬은 김치였는데 도시락 밑에 깔아둔 김칫국물이 새어 나와 가방 속 교과서 모퉁이에 빨갛게 스며들곤 했다. 그럴 때마다 심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.
시간이 지나면 김칫국물이 밴 교과서 모퉁이는 보기 흉하게 부풀어 올랐다. 그때마다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, 그럴 수 없어 애써 닦고 햇빛에 말리곤 했던 기억이 난다.
모양과 크기는 제각각이었지만, 살림이 좀 나은 집 아이들부터 동그란 ‘벤또’ 도시락을 들고 다니기 시작했고, 어느새 점심시간이면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보온 도시락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.
지금은 세대가 변해 학교 급식이 보편화되면서, 신문지나 도시락 보를 펼치고 노란 네모 도시락을 열어 먹던 풍경은 사라졌다.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진다.
요즘도 가끔 저녁에 소주 한잔 기울일 때면 ‘옛날 도시락’을 안주로 내놓는 식당을 보게 된다. 교실에서 사라진 추억의 도시락이지만, 동네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병의 안주로 다시 만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.
📺 ① 전설의 고향, 여름밤의 공포
1970년대, TV가 귀하던 시절.
무더운 여름밤이면 동네에서 그나마 형편이 나은 집 마루와 마당에 사람들이 모여, 안방에 모셔져 있던 ‘테레비’ 앞에 둘러앉곤 했다. 그 기억은 ‘추억의 도시락’만큼이나 선명하게 남아 있다.
당시 무서운 영화 ‘월하의 공동묘지’, 그리고 TV 프로그램 ‘전설의 고향’—
‘열녀문’, ‘덕대골’, ‘구미호’, ‘걸귀’, ‘씨받이’ 등에서 등장하던 귀신들은 어린 마음에 공포 그 자체였다.
나는 늘 덩치 큰 앞사람 뒤에 숨어 쫄깃해진 심장을 쓸어내려야 했다.
그중에서도 압권은 단연 “내 다리 내놔”였다.
비 오는 밤, 깊은 산속 ‘덕대골’에서 여인이 시체의 다리를 잘라 도망치자, 다리 잘린 시체가 벌떡 일어나 쫓아오며 외치던 그 소리—
“내 다리 내놔… 내 다리—내놔…”
지금까지도 가장 무서운 이야기로 기억에 남아 있다.
며칠 전, 비도 내리고 날도 우중충해 기분 전환 삼아 공포영화 한 편을 골랐다.
영화 *‘암전’*은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은 신인 감독이, 상영 금지된 영화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다.
이 영화를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고, 그 속에 등장하는 ‘귀신’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.
👻 ② 귀신도 시대 따라 ‘업그레이드’
예전 *‘전설의 고향’*에 등장하던 귀신들은 지금 생각해보면 어딘가 순진하고, 어쩌면 착하기까지 했다.
대부분 억울하게 죽은 여인들의 한이 맺혀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였고, 인과응보의 틀 안에서 움직였다.
물론 술 취한 주정뱅이나 난봉꾼이 괜히 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지만, 전반적으로는 나름의 ‘정의’를 가진 존재들이었다.
그렇다면 그들의 능력은 어땠을까?
▶ 능력 1. 숫가락 빗장도 소용없는 염력
그들은 걷기보다 미끄러지듯 이동했다.
문 앞에 도착하면, 숫가락으로 걸어둔 빗장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.
쿵쿵, 덜거덕 몇 번이면 열리거나, 아예 공간을 통과해 들어오기도 했다.
▶ 능력 2. 등불 끄기
방 안의 촛불이나 등잔불은 그들에게 거슬리는 존재였다.
바람 한 번이면 꺼지는 등불처럼, 그들은 쉽게 불을 꺼버렸다.
하지만 완전한 어둠보다는 보름달 아래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을 선호했다.
그 시절 귀신들은 그렇게 단순했고, 어쩌면 인간적인 면도 있었다.
⚡ ▶ 능력 3. 형광등 ‘도미노 끄기’
시대가 변하면서 귀신도 진화했다.
*‘여고괴담’*이나 ‘암전’ 속 귀신들은 전기를 다룰 줄 안다.
특히 아파트 복도나 주차장의 형광등을
하나씩, 먼 곳부터 가까이로—
도미노처럼 꺼버리며 공포를 극대화한다.
이제 귀신은 ‘연출’까지 하는 존재가 된 셈이다.
🤖 ③ 귀신의 한계, 그리고 미래
하지만 그들에게도 한계는 있다.
▶ IT 기기에는 약하다
아무리 불을 꺼도 인간은 휴대폰 라이트를 켠다.
이건 귀신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.
어쩌면 옛날 귀신들이 달빛을 이용했듯,
요즘 귀신들은 휴대폰 빛을 빌려 존재감을 유지하는지도 모른다.
▶ AI 시대, 귀신은?
영화 *‘엑스 마키나’*처럼
AI가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시대가 온다면—
그때도 귀신은 존재할까?
AI는 귀신을 무서워할까,
아니면 또 다른 ‘디지털 귀신’이 탄생할까?
인간의 상상 속에서 늘 함께 존재해왔던 그들, ‘귀신’.
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 문득 궁금해진다.
'창작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눈이 오고, 마음이 오다 (0) | 2026.04.16 |
|---|---|
| 바람은 머무르지 않는다 (0) | 2026.04.16 |
| 그날, 잿빛 악몽을 넘어서 (1) | 2026.04.16 |
| 만남과 이별, 그리고 다시... (0) | 2026.04.16 |
| 촌스러움이 아니라, 클래식이었다. (0) | 2026.04.16 |